SF 정토회 게시판 > 자유게시판 > 낮아지고 고요해져서...  DropdownMenu
| | | | | | |  로그인 | 회원가입 |
No title
         
   
  낮아지고 고요해져서...
  글쓴이 : mookso     날짜 : 09-11-02 15:19     조회 : 1445    
펌: http://www.munjang.or.kr/mai_multi/djh/content.asp?pKind=03&pID=49&pPageID=51&pPageCnt=1&pBlockID=1&pBlockCnt=1&pDir=S&pSearch=&pSearchStr=

풍경의 깊이
                                - 김 사인 - 

바람 불고
키 낮은 풀들 파르르 떠는데
눈여겨보는 이 아무도 없다.

그 가녀린 것들의 생의 한순간,
의 외로운 떨림들로 해서
우주의 저녁 한때가 비로소 저물어간다.
그 떨림의 이쪽에서 저쪽 사이, 그 순간의 처음과 끝 사이에는 무한히 늙은 옛날의 고요가, 아니면 아직 오지 않은 어느 시간에 속할 어린 고요가
보일 듯 말 듯 옅게 묻어 있는 것이며,
그 나른한 고요의 봄볕 속에서 나는
백년이나 이백년쯤
아니라면 석달 열흘쯤이라도 곤히 잠들고 싶은 것이다.
그러면 석달이며 열흘이며 하는 이름만큼의 내 무한 곁으로 나비나 벌이나 별로 고울 것 없는 버러지들이 무심히 스쳐가기도 할 것인데,
그 적에 나는 꿈결엔 듯
그 작은 목숨들의 더듬이나 날개나 앳된 다리에 실려온 낯익은 냄새가
어느 생에선가 한결 깊어진 그대의 눈빛인 걸 알아보게 되리라 생각한다.
 
 - [가만히 좋아하는] 창비, 2006
----------------------------------------------------------------------

풀 이 파랗게 돋아나고 있습니다. 키 낮은 풀들이 파르르 떨고 있습니다. 그 가녀린 것들의 외로운 떨림으로 우주의 저녁 한 때가 비로소 저물어 간다고 시인은 말합니다. 풀들의 떨림 사이에 묻어 있는 고요속에서, 고요한 봄볕속에서 곤히 잠들고 싶어 합니다. 나비나 벌이나 벌레의 몸에 실려온 낯익은 냄새에서 그대의 눈빛을 발견해 내는 섬세한 마음이 풍경을 깊이 있게 바라보게 합니다. 낮아지고 고요해져서 바라보아야 풍경을 깊이 있게 볼 수 있습니다.  [문학집배원 도종환]

mookso   09-11-03 07:56
김사인시인의 쉽고 조용한 시들...
숲속에 숨어있는 샘물을 찾아내었을때와 같은 기쁨을 느끼게 되네요.

사실은 정말루, 인터넷  잡동사니 정보의 바다에서 오랫만에 건져낸,
저의 마음에 들어오는 시인의 이름입니다.

저는 시인이 아니라서... 좋으면 [그냥 있지 못하고],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 이곳에 올리게 되네요.

--------------------------------------
조용한 일
            -김사인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이른 낙엽 하나 슬며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mookso   09-11-06 23:39
비슷한 시가 생각나서 또  하나 올려 봅니다.

이세상엔 쉬운말로 쓰여진 고운 시들이 참 많습니다. 그맡큼 조용히 열심히 고운마음으로 살고 있는 혹은 살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다는 이야기 이겠지요.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유감스러운 일에도 불구하고, 자고 나면 다시 행복한 이유는 그런 분들이 세상 어딘가에 나와 같이 살고 있다는 믿음 때문인듯 합니다.

그런 분들과 양지바른 앞마당에 일없이 같이 앉아 놀고 싶습니다,
말없이 그냥 따뜻한 햇볕속에 앉아있다가 헤어져도 좋겠지요...

--------------------------------------------------------------

《묵 화 墨畵 》 - 김 종 삼


물 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 시집 '북치는 소년'(민음사) 중에서
누룽지   09-11-09 05:40
Big Thanks for 거시기 뭐냐 됴한 시 많이 올려주셔서...
   



<일요 수행법회>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 ~ 12시 | 1044 C Street, Hayward, CA 94541  <연락처> (510) 213-0853 |  sfjungto@yahoo.com

<월요 열린법회>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 ~ 12시 | 1044 C Street, Hayward CA 94541  <연락처> (510) 213-0598 |  sfjungto@yahoo.com

 

select count(*) as cnt from g4_login where lo_ip = '18.234.88.196'

1016 : Can't open file: 'g4_login.MYI' (errno: 145)

error file : /bbs/gnuboard4/bbs/board.ph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