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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당신에게 쓰는 편지
  글쓴이 : 광원     날짜 : 10-06-26 04:51     조회 : 1954    
노희경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블로그 에서 퍼왔습니다.



[서문]┃당신에게 쓰는 편지┃



잘 있었나, K양

당신이 이 편지를 받고, K양이란 호칭에 한동안 즐겁게 웃을 것이라, 장담한다. 김수야, 수야 씨, 이 여자야, 순둥아! 당신의 호칭을 즐겁게 변조해 부를 수 있었던 그때, 나는 참 행복했다. 당신 같은 여자를 엄마로 두어서.

“그러지 마라, 어른을 놀리는 게 아니다.” 말로는 꾸짖어도 당신과 격 없이 놀려 하는 나를 당신은 표 나게 좋아했다. 그래서 당신이 임종 직전 나를 많이 사랑한다는 말에 감격하지 않았다. 당신이 얼마나 막내딸 희경일 사랑하는 줄 ‘늘’ 알고 있었으므로.

당신이 누구나 반드시 가야 하는 곳으로 간 이후, 나는 작가가 됐다. 옆에 있어도 애타게 그리웠던 당신은 떠난 후로도 여지없었다. 주인공이 연애하고, 이별하고, 죽음을 맞고, 배신하고, 후회할 때, 나는 무시로 당신의 조언이 필요했다.

마음에 안 드는 형부감을 두고 “언니 저 사람하고 결혼시키지 마라.”고 투정하는 내게 “너랑 안 살아.” “그럼 엄마는 그 사람이 맘에 든단 얘기야?” “나랑도 안 살아.”라고 심플하게 말하던, 어린 나보다 구태의연하지 않았던, 사는 게 고단해도 눈(雪)은 예쁘다던 당신, 아! 정말 왜 그리 빨리 갔느냐.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는 쉰이 넘은 나이에 자신이 체험한 지독한 사랑 얘기를 《단순한 열정》이란 책으로 펴냈다. 나는 그 책을 읽고 숱한 질문이 생겼다. 쉰이 넘은 나이에 앞뒤 분간 없이 이렇게 무모할 수 있다고? 자식 같은 유부남과 살을 비비며 죄책감 없을 수 있다고? 사랑은 단순한 열정에 지나지 않는다고? 사랑은 습관처럼 반복되는 것이라고? 《단순한 열정》에 답하듯 쓴 필립 빌랭의 《포옹》까지 읽어야 나올 수 있는 질문이지만 묻고 싶었다.

《단순한 열정》의 아니 에르노와 같은 쉰의 나이에 온몸이 병들어 썩어가던 당신에게 사랑은 무엇이었는지, 잠자리의 열정은 있었는지, 들뜸과 싸늘함의 경계는 진정 한 끗발 차이인 것인지. 아니, 그보다 당신도 아니 에르노처럼 여자였는지 인간이었는지. 나는 묻고 싶었다.

만약 그랬다면 미안하다. 나는 당신을 한 번도 여자로 인간으로 대접하지 못했다. 긴 수술 후 깨어난 당신에게 “무엇이든 말만 하면 사주고 해주마.” 했더니 당신은 그렇게 말했다. “내 청춘 돌려줄 수 있나.” 가슴이 무너졌다. 그때 당신은 내게 첨으로 인간으로 친구로 허무한 인생을 논하려 했을 수도 있는데, 연약한 나는 그 말을 못 받았고 고개를 돌려 피했다.

내 사랑스러운 조카들, 봉수, 시명, 경희, 을, 시진, 윤아, 그리고 푸른하늘. 나는 그들에게 당신이 내게 해주었던 역할의 반만이라도 해주고 싶다. 그리고 그들과 당신하고 나누지 못했던 열정과 사랑과 죄의식과 모멸감과 잠자리의 여러 경계를 부수는 것까지 이야기하려 한다. 혹여 당신 내가 그들과 얘기하는 도중 어설픈 것이 있다는 걸 알아차린다면 부디 알려주라.

그리고 잘 있어라, 당신.


작가의 말을 대신해 노희경 올림

[출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서문 | 당신에게 쓰는 편지|작성자 노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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